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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향 추억
★주당★
2006. 8. 1. 06:47

고향 추억/이임영 한낮의 더위가 약간 숙지고 사랑채 그림자가 마당으로 드리우면 앞산에 소 행렬이 보이고 외양간에 나보다 몇 배나 큰 소를 풀어서 소 먹이러 앞산으로 향했다 시간이 이른 날은 그늘이 커서 어둡기까지 한 정자 밑 시원한 감나무 아래에서 반질반잘 하게 터를 닦아 공기놀이도 했다 앞에서 소를 몰고 간 오빠가 진군하는 장군처럼 길을 터주면 소 행렬이 죽 이어졌다 앞산 바로 너머 골짜기는 제일 많이 가서 정도 제일 많이 들었고 자주 안 간 산은 풀은 많은데 왠지 낯설어서 두려움이 앞섰다 풀밭에 소를 풀어놓고 무슨 놀이를 하고 놀았는지 몰라도 계곡 밑에 있던 산 그림자가 산등성이에 다다를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서쪽 하늘에 노을이 타들어가고 어둑어둑 밤이 모습을 나타내면 소 무리 속에 우리 소를 찾아내고 앞산 등성이로 소를 집합시키고 하산할 준비를 하면 뭔가 모를 뿌듯한 일과의 마감이 느껴졌다 집집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마을이 납작하게 지도처럼 시야에 들어오고 우리집도 보였다 들일 마치고 집에 온 어머니와 아버지 마당에서 개미처럼 부산한 집집 풍경들 소머리를 마을로 돌리고 집으로 향해오면 엄마는 마당 평상에서 국수를 밀고 있었다

